한국의 전통 달력인 24절기는 자연의 변화를 민감하게 포착하여 인간의 삶과 조화를 이루게 한 지혜의 산물입니다. 그 중에 가을절기는 6개로, 입추부터 시작해 처서, 백로, 추분, 한로, 상강까지 이어집니다.
이번 글에서는 한국 가을절기의 의미와 특징, 그리고 관련 속담을 통해 생활과 문화 속에서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상세하게 알아보겠습니다.
입추와 처서 –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
입추(立秋)는 2025년 기준 올해 8월 7일 목요일이며, 말 그대로 가을이 시작되는 시점입니다. 아직 한창 더운 시기지만 절기상으로는 여름이 끝나고 가을이 시작되는 기준점으로 여겨집니다. 전통적으로 입추가 지나면 가을걷이 준비를 시작하고, 농촌에서는 가을 작물의 생육을 점검하는 시기로 삼았습니다. 입추 이후에는 더위가 절정에 이르렀다가 점차 기세가 꺾이기 시작합니다.
입추에 관련된 속담으로는 '입추 때는 벼 자라는 소리에 개가 짖는다.'가 있습니다.
이어지는 처서(處暑)는 8월 23일 토요일이며, '더위가 물러간다'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무렵부터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고, 습도가 줄며 본격적인 가을 날씨가 시작됩니다. 옛 속담에 “처서가 지나면 모기도 입이 삐뚤어진다”는 말이 있듯이, 더위와 벌레가 한풀 꺾이는 시기로 인식되어 왔습니다. 가을의 문턱에서 계절 변화를 느끼기 좋은 절기입니다.
백로와 추분 – 본격적인 가을 기운이 감도는 시기
백로(白露)는 9월 7일 일요일이며, 밤낮의 기온 차가 커지며 풀잎 위에 이슬이 맺히기 시작하는 시기입니다. 백로는 본격적인 가을의 중반을 알리며, 아침저녁의 서늘함이 뚜렷해지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때부터 농작물 수확을 위한 준비가 본격화되고, 밤하늘의 별빛도 한층 선명해집니다. 백로는 기후 변화뿐 아니라 풍요로운 수확의 전조로 여겨져 중요한 절기입니다.
백로에 관련된 속담으로는 '칠월 백로에 패지 않은 벼는 못 먹어도 팔월 백로에 패지 않은 벼는 먹는다.'가 있습니다.
추분(秋分)은 9월 23일 화요일으로, 봄 절기인 춘분과 같이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시점입니다. 추분을 전후해 가을이 절정에 다다르며, 단풍이 들기 시작하고 하늘이 높고 푸르게 느껴지는 계절감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추분은 예로부터 조상에게 감사하는 시기로 여겨졌으며, 추석과 가까워 조상의 묘소를 정비하거나 성묘를 준비하는 문화적 연결도 가지고 있습니다. 자연과 인간이 하나 되는 조화의 시기입니다.
추분 관련 속담은 '덥고 추운 것도 추분과 춘분까지이다.'가 있습니다.
한로와 상강 – 가을의 깊이를 더하는 절기
한로(寒露)는 10월 8일 수요일이며, 이슬이 더욱 차가워지는 절기입니다. 이 시기에는 새벽 공기가 더욱 차가워지며, 들판의 곡식들이 황금빛으로 물들어갑니다. 한로는 가을의 깊이가 완연해지는 시점으로, 전통적으로 국화꽃이 만개하고 가을철 대표 농산물들이 본격적으로 수확됩니다. 또한 이 절기에는 겨울철 준비가 시작되는 시기로, 김장 채소를 기르기 시작하거나 땔감을 준비하던 시기이기도 합니다.
한로 관련 속담은 '한로가 지나면 제비도 강남으로 간다.'가 있습니다.
상강(霜降)은 10월 23일 목요일이고, '서리가 내리는 절기'라는 의미를 지닙니다. 새벽에는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며 서리가 내리기 시작해 가을이 마무리되고 겨울로 넘어가는 전환점이 됩니다. 이 시기에는 단풍이 절정을 이루고, 자연의 변화가 극명하게 드러나며 사람들은 마음을 차분히 다스리고 겨울 준비에 돌입합니다. 상강은 가을의 끝자락이자, 한 해의 마무리를 준비하는 성찰의 절기로도 여겨집니다.
절기는 한국의 계절 감성과 전통 지혜가 고스란히 담긴 시간입니다. 입추에서 상강까지 이어지는 여섯 절기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의 흐름뿐만 아니라 삶의 리듬도 느껴지게 됩니다. 이 가을, 절기의 의미를 되새기며 일상 속 작은 변화를 느껴보는 건 어떨까요? 전통 속 계절의 지혜를 삶에 들이는 순간, 가을은 더욱 깊고 아름다워집니다.